중년의 하루

북한산에서 천공을 만나다, 그리고 MK

여여한 일상 2026. 6. 18. 22:01

오늘 아침 엄마에게 갔다가, 오후에 오랜만에 MK를 만났다.

 

MK와 함께라면 뭘 해도 편하다.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만나기만 하면 어딘가 멀리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마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주는 힘일 것이다.

한소쿠리 쭈꾸미 북한산 본점

점심으로 쭈꾸미 정식을 먹고 북한산 계곡 카페 플레이로 향했다. MK가 아직 가보지 못했다고 해서 들른 곳이었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를 배경 삼아 빙수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바로 옆 나무 그늘 아래서 누군가 유튜브 촬영을 하고 있었다.

둘이 동시에 눈이 동그래졌다.

"어? 누구더라? 헉~ 천공 아냐?"

 

옆 테이블에서 귀동냥으로 들어보니 양자역학 이야기부터 서울을 세계의 수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막힘없이 이어졌다. 미디어를 통해 접했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노자와 장자 같은 동양 철학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동의하느냐 아니냐를 떠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꽤 흥미로웠다. 어느새 우리도 박수를 치며 웃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의 생각에 모두 공감한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무엇인지 궁금해졌을 뿐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그를 사*꾼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의 최종학력이 국민학교 중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그의 이야기를 들으러 오는 걸까?

학력이나 경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  아니면 사람들이 각자 마음속에서 찾고 싶은 답을 그에게서 발견하는 걸까?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학력이나 경력보다도 공감과 설득력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데 제자 한 분이 조용히 다가왔다. "스승님과 사진 같이 찍으실래요?"

 

MK와 나는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그렇게 해서 천공과 나란히 인증사진도 남겼다.ㅋ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MK와 배를 잡고 웃었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도 MK와 함께 있다가 가수 윤수현 씨를 우연히 만나 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천태만상이었는데, 이번에는 천공이라니. 우린 천씨^^와 인연이 깊다. 

"다음엔 천사라도 만나는 거 아냐?" "아니면 천억 부자?"

 

끝도 없이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MK네 동네에 도착했다. MK 집을 처음 가 봤다.

 

북한산 자락 아래 자리 잡은 동네였다. 눈앞에 북한산이 웅장하게 펼쳐져 있는데도 서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한적하고 조용하고 푸근했다.

골목길을 걷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동네가 MK를 닮았구나.' 

 

화려하지 않지만 편안하고, 조용하지만 따뜻하고, 처음 와도 낯설지 않은 곳.

 

MK도 그렇다.

 

그리고 MK는 역시나 나를 그냥 보내지 않았다. 보리쌀, 당근전, 호박, 오이지….

 

정신을 차려보니 조수석이 한가득이다. 친구인데 가끔은 친정언니 같다.

 

살다 보면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큰 복이지만, 그 인연을 오래 이어가는 것은 더 큰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천태만상에 이어 천공까지. 다음엔 또 어떤 우연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안다. 좋은 친구와 함께라면 어디를 가든 즐거운 하루가 된다는 것.

 

언제나 고맙다, MK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