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오는 딸은 무수리라나요? 장무수리의 어느 어버이날
아침엔 늘 그렇듯 엄마를 만나러 요양원에 갔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라 큰오빠와 함께.
둘이 같이 들어갔는데 엄마 눈에는 오빠만 보이나 보다.

사람들한테 계속 “우리 큰아들이에요.” 하신다. ㅋㅋ
나도 바로 옆에 서 있는 데도.
수박 한 통 사 들고 가서 보호사님들 드시라고 놓고 왔더니 한 분이 웃으면서 그러셨다.
“엄마들은 다 그래요~ 자주 오는 딸들은 무수리라니까요.”
순간 빵 터졌다. 장무수리. ㅋㅋ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맨날 들락날락하는 딸은 가족이라기보다 거의 생활 인력처럼 느껴지실지도.
서해선을 타고 친구의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간 하루
그렇게 엄마 보고 나와 오후엔 MK를 만나러 갔다.
상동역에서 서해선을 탔다. 처음 타 보는 노선이었다. 대곡역에서 다시 GTX로 갈아타고
연신내까지 갔다. 빠르고 낯선 길이었다.

평소 같으면 늘 차를 몰고 서오릉으로 MK를 만나러 갔을 텐데, 오늘은 오랜만에 지하철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아마 MK가 아니었다면 나는 평생 이 노선을 탈 일도 없었을 것이다.

연신내 오래된 노포에서 오징어불고기를 먹고, 홍제천 따라 천천히 걸어 홍제폭포까지 갔다.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가 우연히 서대문구청에서 열고 있던 어버이날 행사도 구경했다.




행사장에선 ‘천태만상’ 부르던 가수도 와 있었는데, MK랑 나는 둘 다 누군지 몰랐다. ㅋㅋ
트로트를 너무 몰라 옆 아주머니들에게 물어봤다. 그래도 기념이라고 사진은 같이 찍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 둘은 취향도 참 비슷하다.
텔레비전을 거의 안 보니 요즘 나오는 가수나 연예인은 정말 잘 모른다.
세상 유행에는 느린데 대신 사람 이야기나 풍경 이야기에는 오래 머무는 타입들.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하다.
친구 한 사람 때문에 나는 모르던 동네를 가게 되고, 타보지 않던 노선을 타게 되고, 평생 스쳐 지나갔을 풍경과 만나게 된다.






서대문구가 내 삶과 무슨 인연이 있을까.
그런데 사람 인연이라는 게 참 묘해서,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의 동네와 풍경까지 내 기억 속으로 함께 들어온다.


내 절친 MK.
처음 만났을 때부터 왠지 오래 갈 사람 같았다.
동갑내기인데 마음이 따뜻하고, 사람 챙기는 데 망설임이 없다.
겉으로는 약간 서울 깍쟁이 같은데 정작 자기 사람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사람.
그래서 나는 가끔 ‘친구’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MK 얼굴이 같이 떠오른다.
친구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
내가 현직에 있을 때 명예퇴직 신청을 한다고 했더니 유일하게 진심으로 말리던 사람도 MK였다.
“분명 후회할 거야. 정년까지 해.”
그 말이 괜히 오래 마음에 남았다.
아닌 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내 삶까지 같이 고민해 주는 사람 같아서.
무엇보다 나는 MK가 참 대단하다.
부모님 긴 병수발 속에서도 한식, 중식, 일식, 양식 자격증에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땄다.
요즘은 기타를 배우고, 요리 유튜브도 운영한다.
배움을 놓지 않는 사람.
그래서 같이 있으면 나도 괜히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내가 힘들 때 항상 먼저 안부를 물어 주는 사람.
언니도 여동생도 없이 살아온 비슷한 외로움이 있어서인지 괜히 더 마음이 간다.
사실 나는 오래전 가장 친했던 친구를 뇌출혈로 먼저 떠나보냈다.
그 뒤로 꽤 오랫동안 마음 한구석이 텅 빈 채로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마치 그 친구가 다른 모습으로 다시 온 것처럼 성격도, 정 주는 방식도,
사람 대하는 결도 닮은 MK를 만났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운명처럼.
다시 돌아오는 길.
GTX를 타고 다시 서해선을 탔다. 러시아워인데도 신기하게 한산한 객차 안에서 창밖 어두워지는 풍경을 한참 바라봤다.


친구가 있다는 건 단순히 외롭지 않은 일이 아니라, 내 삶의 반경이 조금씩 넓어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혼자였다면 평생 모르고 지나쳤을 길들을 함께 걸어 주는 사람. 그게 생각보다 참 큰 행복이다.
MK야.
사랑한데이~
연애할 때처럼 자주자주 보고 싶데이~
그리고 언제나 나도 너에게 그런 절친이고 싶다.
심심하면 콜해라. 언제든 달려간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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