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하루

인천 서구 카페 | 라메르 베이커리 모닝세트 오픈런 후기, 동해 막국수까지

여여한 일상 2026. 6. 11. 18:03

은퇴하면 아침마다 늦잠을 잘 줄 알았다.

알람 없이 눈뜨고,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아침 8시 30분, 당근방 식구들과 함께 서구 아라뱃길 옆 라메르 베이커리 카페로 향했다. 이유는 단 하나. 선착순 30명에게만 판매하는 모닝세트를 먹기 위해서였다.

 

라메르 베이커리는 오전 10시에 문을 여는데, 빵 3개와 아메리카노 한 잔을 1만 원에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평일 아침인데 설마 30명이 다 오겠어?"

하지만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우리 일행만 11명이었고,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오픈 시간도 되기 전에 선착순 인원이 모두 채워졌다. 요즘은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모양이다.

그렇게 내 인생 첫 베이커리 오픈런이 시작되었다. 맛집 웨이팅은 여러 번 해봤지만 빵집 앞에서 오픈런해 본 것은 처음이었다. 명품 매장 오픈런은 못 해봤어도 베이커리 오픈런은 해봤으니 이것도 나름 새로운 경험이다.

드디어 입장. 평소 같으면 가격표를 먼저 확인하며 망설였을 빵들도 오늘만큼은 과감하게 집게 되었다. 사람 마음은 다 비슷한가 보다.

아라뱃길이 내려다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빵과 커피를 즐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건강 이야기, 여행 이야기, 취미생활 이야기, 그리고 강아지 자랑까지.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수다는 언제나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든다.

그런데 빵을 몇 개 먹고 나니 슬슬 느끼해지기 시작했다. 크루아상도 먹고, 샌드위치도 먹고, 커피도 마셨는데 이상하게 속은 허전했다.

 

아무래도 우리 몸 어딘가에는 '탄수화물은 밥이어야 한다'는 DNA가 새겨져 있는 모양이다.

 

결국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막국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막국수 먹으러 갈까요?" 그 한마디에 모두의 눈빛이 반짝였다.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빵집에서는 취향이 갈렸지만 막국수 앞에서는 민주주의가 필요 없었다.

만장일치였다.

 

결국 우리는 근처 홍장표 동해막국수로 이동했다. 새콤달콤한 비빔막국수와 시원한 물막국수를 먹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역시 한국인은 빵으로 시작해도 결국 면이나 밥으로 마무리해야 하루가 완성되는 민족인 것 같다.

생각해 보면 행복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은 것 같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웃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시원한 아라뱃길 바람을 맞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

그런 소소한 순간들이 모여 하루를 특별하게 만든다. 

언젠가 아주 먼 훗날, 요양병원 침대에 누워 창밖을 바라보며 지난날을 떠올릴 때가 올지도 모른다.

 그때 나는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 

 

비싼 물건을 샀던 날보다 빵집 앞에서 줄 서며 깔깔 웃었던 아침, 

특별한 성공보다 막국수 한 그릇 앞에서 만장일치로 행복해하던 사람들의 얼굴이 더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을까. 

 

인생은 생각보다 길지 않고,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미루지 않으려 한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먹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가고,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만나려 한다. 

 

인생은 소풍이다. 언젠가는 끝나는 소풍이라면 도시락도 맛있게 먹고, 꽃도 구경하고, 친구들과 웃으며 실컷 즐기다 가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매일매일을 소풍처럼 살기로 했다. 오늘도 참 잘 놀았다. 

명품 오픈런은 못 해봤어도 빵 오픈런은 해봤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때도 아마 혼자 피식 웃으며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아, 그 시절 참 재미있게 살았구나."

 

요즘 내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바쁘고, 생각보다 훨씬 즐겁다.

📍 오늘 이용한 가격

  • 라메르 베이커리 모닝세트 : 빵 3개 + 아메리카노 1잔 10,000원
  • 홍장표 동해 막국수의 물막국수 12,000원, 비빔막국수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