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라 공원에 갔는데,
내가 잘못 온 줄 알았다.



아이보다 강아지가 더 많았다.
진짜다.
한두 마리가 아니라,
거의 강아지가 주인이고 사람이 보호자인 느낌이다.




손자도, 손녀도 없는
예비 할머니의 어린이날.
큰아들이 결혼한 지 삼 년.
아직 아이 소식은 없다.
맞벌이에, 일본 동경 생활.
바쁜 거 안다. 이해한다.
그런데 마음은 또 따로 논다.
그래도 하나쯤은
있었으면 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강아지를 키워왔다.
라라, 피트, 졸리… 그리고 구찌까지.
이쯤 되면 나는
거의 강아지 집안 어른이다.
반려견 양육 30년
사람 키운 시간만큼이나 길다.
이건 인정해야 한다.
오늘도 구찌를 데리고
공원에 갔다가, 애견카페까지 갔다.

그리고 결론.
정말.......개판이었다.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많다.
줄줄이 세워놓으면
개모차 박람회다.


보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오늘 어린이날 맞지.
아니면 강아지날인가.
요즘은 이런 말도 한다.
아이 키우기 힘드니까 강아지 키운다.
처음엔 웃었다.
근데 지금은
그냥 웃고 넘길 말만은 아니다.
아이 하나 키우는 게
결심이 아니라 각오가 된 세상.
그래서일까.
공원에는 아이보다 강아지가 더 많다.
웃긴데,
이상하게 마음에 남는다.


예전에 이런 말 들은 적 있다.
아들만 둘이면 금메달이지.
그래서 내가 그랬다.
무슨 금메달이야? ㅠㅠ
그랬더니 돌아온 말.
돌아온 금메달.
시어머니에게 아이 맡길 일 없어서
노후가 얼마나 자유롭겠냐고.
맞다.
지금 나는 꽤 자유롭다.
시간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이렇게 심심할 줄은 몰랐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혹시,
아이들이 자랄 때
부모로서 모범을 못 보여서 그런 건 아닐까.
큰아들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다.
아이들 어릴 때는
늘 새벽에 들어오는 남편과
작은 일로도 자주 부딪혔고,
독박육아에 지쳐
이혼이라는 말을
입에 올린 적도 많았다.
그때는
하루를 버티는 게 먼저였다.
그래서일까.
지금에서야
조금은 돌아보게 된다.
그 시간들이
아이들 마음에 남아
지금의 선택으로 이어진 건 아닐까.
그래도.
손주가 있다면
기꺼이 봐주고 싶다.
아마 금쪽같을 것이다.
아들들 어릴 때는 몰랐다.
지금은 안다.
너무 늦게 알아 버렸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구찌를 안는다.


너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덧붙인다.
그래도,
한 번쯤은 안아보고 싶다.
오늘따라 구찌가
유난히 무겁게, 그리고 또 따뜻하게 느껴지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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