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특별한 경험을 했다.
얼마 전 길을 가다가 인상 좋은 아줌마를 만났다. 나보다 어린 분이었는데 어찌나 밝고 선한 인상이던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결국 전화번호까지 주고받게 되었다. 그 후 몇 번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종교에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 그분 자체가 좋아서 만났던 것 같다. 사람은 역시 첫인상이 참 중요하다.
그러던 중 오늘 그분이 다니는 곳에 한번 와 보지 않겠느냐고 해서 따라가 보게 되었다. 마침 우리 집에서도 가까운 곳이었다. 나는 평소 궁금했던 신앙 이야기를 좀 물어보고 싶었다. 성경을 읽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해지는 질문들이 있지 않은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처음 보는 나를 모두 환하게 맞아 주었다. "어서 오세요." 여기저기서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데, 처음인데도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친절했다. 그 따뜻한 분위기만큼은 참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막상 앉자마자 분위기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예상과 달리 이야기는 금세 침례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분들은 언제부터 자신이 하나님인 줄 알았대요?"
그러자 곧바로 되돌아온 질문. "그럼 예수님은 언제부터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인 줄 알았을까요?"
순간 멍했다.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예수님은 서른 살 이후 공생애를 시작하셨으니 그때부터 아셨을까? 아니면 어릴 때부터 아셨을까?
신앙생활을 오래 했어도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아 보았다. 그 후에도 성경 구절을 이리저리 찾아가며 설명이 이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완패했다. "요한복음 10장 보세요." 나는 아직 목차를 찾고 있는데 상대는 이미 읽고 있었다.
"이번에는 이사야 53장입니다." 나는 겨우 요한복음을 펼쳤는데 벌써 구약으로 넘어갔다. 속으로는 '잠깐만요. 저는 아직 신약에 있는데요….' 하고 외치고 싶었다. 성경 찾기 판정패. 말싸움 판정패. 체력전으로 가도 판정패. 아마 눈싸움을 했어도 졌을 것이다. 그래도 평소 궁금했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볼 수 있었던 것은 나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모두 함께 식사를 했다. "많이 드세요." "반찬 더 드릴까요?" 처음 만난 사람인데도 친절하게 챙겨 주셨다. 솔직히 밥은 정말 맛있었다. 게다가 많은 분들이 아침부터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까지 묵묵히 하는 모습을 보니 그 수고는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와 생각은 달라도 누군가를 위해 묵묵히 봉사하는 모습은 참 아름다웠다.

다만 밥 한 끼의 대가로 세 시간 동안 침례 권유를 듣고 돌아왔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 한 분이 조용히 말씀하셨다. "침례는 언제 받으실 생각이세요?" 순간 속으로 웃음이 났다.
'아니요. 저는 아직 커피 마시러 온 사람인데요.' 물론 겉으로는 웃으며 "조금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결국 나는 끝내 그들의 해석에 동의하지는 못했다. 신앙은 논리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쌓여 온 믿음의 토대 위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괜히 혼자 웃음이 났다. 커피 한잔 마시러 갔다가 세 시간 동안 내가 동의하기 어려운 성경 해석을 듣고 왔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모태신앙으로 자라왔다. 평소에는 별로 의식하지 못했는데, 오늘만큼은 그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논리적으로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성경 구절도 척척 갖다 붙이니 순간적으로는 "어? 그런가?"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계속 경고등이 켜졌다. 마치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를 반복해서 외치는 것처럼. 목적지는 달라졌는데 나는 아직도 '커피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니 내 안에 있는 모태신앙이 일종의 '이단 감별기'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최첨단 AI보다 성능은 떨어질지 몰라도 "어딘가 이상한데?" 하는 알람만큼은 꽤 정확하게 울려 주었다.
그러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다가 뒤늦게 생각난 것이 하나 있었다. 내가 "하나님이라면서 왜 결혼도 하고 자녀도 있냐. 심지어 이혼 경력은 왜 있냐."고 물었을 때 그분들은 예수님도 육신의 어머니와 동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때는 "그런가?" 하고 듣고만 있었는데 집에 와서야 생각이 났다. 예수님에게는 육신의 가족이 있었지만 결혼하거나 자녀를 두신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님이 인간으로 와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는 내 신앙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도를 마칠 때 "*** 하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라는 표현을 듣는 순간에는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다.
물론 이것만으로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나는 끝내 그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경기는 끝난 뒤였다. 시험 끝나고 답안지 제출한 뒤 정답이 생각나는 것과 똑같다. 왜 사람은 꼭 집에 와서야 할 말이 떠오르는 걸까.
결국 그날의 수확은 이랬다. 커피 친구 한 명 삭제. 맛있는 점심 한 끼. 성경 찾기 실력의 처참한 현실 확인. 그리고 침례는 가까스로 거절.
인상 좋던 그 아줌마와는 아마 더 이상 만나지 못할 것 같다. 조금은 아쉽다. 사람은 참 좋은데 생각이 다를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람을 미워하기보다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확실한 교훈 하나.
길에서 유난히 친절한 사람을 만나면 커피 약속부터 잡기 전에 "혹시 어떤 모임 다니세요?"를 먼저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저 커피 친구를 사귀고 싶었을 뿐인데 정신 차려 보니 침례를 권유받고 있었다.
커피 두 번. 점심 한 끼. 성경 토론 완패. 침례 미수ㅋ. 그래도 손해는 아니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고, 경험은 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찾아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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