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당근방 회원들과 북한산 맛집 한소쿠리쭈꾸미에서 밥을 먹고, 진관사 계곡과 카페 파노라마를 다녀왔습니다.
"당신은 부처님이십니다."

진관사 일주문을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문구다.

북한산 서쪽 자락에 자리한 진관사는 천년의 시간을 품은 고찰이다. 서울 안에 있으면서도 깊은 산속에 들어온 듯한 고요함을 간직하고 있다.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 그리고 북한산 특유의 웅장한 화강암 바위 능선이 어우러져 예로부터 서울 서쪽을 대표하는 사찰로 사랑받아 왔다.

절은 늘 마음을 쉬어 가게 하는 곳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놓치고 살던 여유를 되찾게 하고,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며 지혜를 배우는 곳, 기도와 수행으로 행복을 찾는 곳, 내가 느낀 진관사는 바로 그런 공간이었다.


어제는 우리 당근방 회원들과 함께 진관사를 찾았다.
점심으로 북한산 쭈꾸미를 맛있게 먹고, 북한산의 웅장한 바위 능선이 한눈에 펼쳐지는 카페 파노라마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겼다. 탁 트인 창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암봉들은 언제 봐도 감탄을 자아낸다.

[북한산 쭈꾸미 맛집 한소쿠리 쭈구미 북한산 본점]


[북한산 카페 파노라마 통창 뷰]


[북한산 카페 파노라마 루프탑 뷰]

[북한산 카페 파노라마 정원 뷰]
카페를 나와 진관사 경내와 계곡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초여름의 산사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짙어가는 녹음 사이로 햇살이 부서지고, 계곡물은 맑고 시원하게 흘렀다. 계곡 옆 나무그늘 잔디밭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각자 챙겨온 체리와 삶은 고구마, 방울토마토, 삶은 계란, 누룽지를 나누어 먹었다. 별것 아닌 간식인데도 함께 먹으니 참 맛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계곡물 소리가 들려오고, 사람들은 웃고 이야기했다. 여기저기서 "아, 좋다!"라는 감탄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도 바쁘지 않았고 누구도 서두르지 않았다.
사실 계곡에 가장 미련을 못 버린 사람은 채채언니였다. 7월 1일부터 계곡에 들어 갈 수 있는데, 아쉽게도 6월이라 물가 주변을 서성이며 발을 담글 듯 말 듯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모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결국 계곡물 대신 사진만 잔뜩 남기고 돌아왔지만 채채언니의 마음만은 이미 계곡 한가운데 들어가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대웅전에서 정성껏 삼배를 올리시던 깔끔이님의 모습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기독교인인 나는 삼배를 올릴 수는 없었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같은 방향의 기도를 드렸다.
'우리 당근방 오래오래 가게 해 주세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을 함께 다니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나이가 들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 달라는 소박한 바람이었다.
사실 60년 가까이 서로 모르고 살던 사람들이 한 동네에서 만나 함께 여행도 하고, 차도 마시고, 웃으며 하루를 보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성격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33년 동안 교사로 근무하며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고 학급을 운영하고 학교 행사를 치러 왔던 내 교직생활이 요즘 생활에 적게라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교직생활은 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 좋은 곳을 찾아다니고, 소소한 추억을 만들어 가는 시간이 꽤 즐겁고 보람차다.
사실 요즘은 멀리 사는 고향 친구나 학창 시절 동창들보다 당근방에서 만나는 분들이 더 반갑게 느껴질 때가 많다. 같은 동네에 살고, 시간이 맞으면 차 한잔 마시고, 좋은 곳이 있으면 함께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오래된 인연만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함께 살아가는 인연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당근방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새 친구를 만난다는 설렘과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한 편안함을 동시에 느끼곤 한다.
얼마 전 당근 동네생활에서 한 고민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아직 생계를 위해 일하는 아내는 직장과 집안일을 오가며 바쁘게 사는데, 명예퇴직한 남편은 남녀가 함께하는 당근 모임에 푹 빠져 있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집에서 무기력하게 지내던 남편이 활력을 찾은 것 같아 좋았다고 한다. 그런데 점점 산에도 가고 여행도 다니며 서로 닉네임을 부르고, 급기야 1박 2일, 2박 3일 여행까지 다니기 시작하자 아내의 마음이 불편해졌다는 것이다.
그 글을 떠올리며 문득 지금 내가 함께 하고 있는 여자 당근방이 남편들 입장에서는 꽤 안심이 되는 모임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체 사진을 보면 남자는 한 명도 없으니 "여자들끼리 참 재미있게 다니네." 하며 안심할 것 같다. ㅋ
우리 모임은 술도 거의 없다. 어제도 맛있는 쭈꾸미를 먹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사진을 찍고, 진관사 계곡을 구경한 뒤 나무그늘 아래서 간식을 나눠 먹은 것이 전부였다.
가장 큰 일탈이라면 헤어지기 아쉬운 몇몇이 남아 코인노래방에 간 정도랄까. 목이 마르다며 맥주 대신 포카리스웨트를 하나씩 들고 들어간 노래방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최신곡은 거의 없었다. 「목로주점」이 나오고, 문주란의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하네」가 나오고, 우리가 젊은 시절 즐겨 듣던 7080 노래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우리 또래만 아는 노래들이라 그런지 모두가 따라 부르며 웃고 박수를 쳤다.

그렇게 신나게 노래를 부르다가 마지막 곡으로 노사연의 「바램」이 흘러나왔다.
저 높은 곳에 함께 가야 할 사람 — 오직 그대 뿐입니다라는 가사에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이가 들어서 눈물이 많아진 탓일까.
문득 천국이 떠올랐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웃고, 여행하고, 노래하며 살다가 언젠가는 하나님 곁으로 가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요즘 내가 말려도 자꾸 주식에 돈을 넣어 내 마음을 졸이게 만드는 남편까지 괜히 용서가 되었다. 그래, 결국은 평생을 함께 살다가 언젠가는 가야 할 저 높은 곳을 향해 뚜벅뚜벅 함께 걸어가고 있는 사람 아닌가.
젊을 때는 사랑이 설렘인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드니 사랑은 용서이고 이해이고 함께 늙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래 한 곡이 사람 마음을 참 따뜻하게 만든다.
저녁 7시 30분쯤 마지막까지 남은 네 명이 헤어지며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꼭 중고등학교 소풍 다녀와서 모범생들은 다 집에 갔는데, 날탱이 네 명만 남아서 노래방까지 간 기분이야!"
그 말에 모두 배를 잡고 웃었다.
사실 우리의 일탈이라는 것은 고작 그 정도다. 하지만 그 소소하고 무해한 웃음이 참 좋다.
나이가 들었다고 설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좋은 풍경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사진을 찍고, 노래를 부르며 웃는 일은 여전히 즐겁다. 어쩌면 젊은 날보다 지금의 시간이 더 소중하고 감사한지도 모른다.
진관사에서 보았던 문구가 다시 떠오른다.
"당신은 부처님이십니다."
어쩌면 그 말은 특별한 수행을 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닐 것이다.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웃어 주고, 좋은 시간을 만들어 주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초여름 북한산의 웅장한 바위 능선과 진관사의 고즈넉함, 시원한 계곡물 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평생 모르고 살던 사람들이 만나 친구가 되고, 함께 길을 걷고, 서로의 추억이 되어 간다.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하고도 감사한 기적이다.
그래서 오늘도 마음속으로 기도해 본다.
모르던 사람들이 만나 친구가 되고, 서로의 추억이 되어 가는 이 인연이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그리고 언젠가 다시 진관사를 찾게 된다면, 그때도 지금처럼 함께 웃을 수 있기를.
📌 진관사 여행 정보
🍽️ 한소쿠리쭈꾸미 북한산 본점
- 직화 쭈꾸미로 유명한 북한산 맛집
- 쭈꾸미 정식 1인 약 1만 원대 후반
- 도토리전, 묵사발 등을 함께 즐길 수 있음
☕ 카페 파노라마
- 북한산 암봉이 한눈에 보이는 대형 베이커리 카페
- 통창 전망과 넓은 정원이 인상적
- 3시간 주차 무료(음료 구입시)
🏞️ 진관사
- 입장료 무료
- 신도 주차장 이용시 주차비 무료
- 북한산 계곡과 천년고찰의 정취를 함께 즐길 수 있음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동인천 가볼 만한 곳, 자유공원부터 신포시장까지 당일치기 여행 🚇 (3) | 2026.06.26 |
|---|---|
| 서울숲 국제정원전, 성수동 카페거리, 초안산 수국공원 하루 코스 여행 (2) | 2026.06.26 |
| 남이섬 당일치기 | 처음 가 본 남이섬, 가장 기억에 남은 건 풍경이 아니었다. (2) | 2026.06.18 |
| 진천 가볼만한 곳 | 농다리·미르309·보탑사·배티성지 당일치기 코스 후기 (0) | 2026.06.11 |
| 원주 가볼만한 곳 | 소금산 그랜드밸리·뮤지엄산 당일치기 여행 후기, 백수 과로사 (2) | 2026.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