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는 언니분들과 함께 동인천 나들이를 다녀왔다. 우리 중에 동인천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아는 '인간 내비게이션' 언니가 계셔서 우리는 그저 믿고 쫄래쫄래 따라다니기만 했다. 덕분에 복잡한 계획 하나 세우지 않고도 온전히 여행을 즐길 수 있었던 편안한 하루.
자유공원에서 만난 근대 인천
동인천역 2번 출구를 나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자유공원. 언덕길을 오르니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한 제물포구락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근대 서양식 건물이 푸른 나무들과 어우러져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이국적이고 아름다웠다.

자유공원은 언덕이 있어 편한 신발을 추천한다.



제물포구락부를 둘러보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힘겹게 살아가던 시절, 이곳에서 사교를 즐기던 사람들은 세상을 얼마나 다르게 바라보았을까.

시장 관사에서 잠시 꿈꿔 본 시장 부인
다음으로 찾은 곳은 옛 인천시장 관사, 지금의 인천시민애집.




2001년까지 실제 시장이 거주했던 공간이라고 한다. 관사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커다란 통창 너머로는 싱그러운 녹음이 가득하고, 저 멀리 인천 바다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장님은 청사에서 바쁘게 일하셨을 테니, 이 아름다운 공간을 온전히 누린 사람은 시장 부인이 아니었을까?'


봄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우거지고, 가을에는 단풍이 물들고, 겨울에는 눈 덮인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 되었을 것이다. 친구들을 초대해 싱그러운 정원을 바라보며 차 한잔 나누고, 은근히 자랑도 품었을 법한 풍경. 그 시절의 유쾌한 상상을 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커다란 통창 밖으로는 정갈하게 가꿔진 제물포정원이 한눈에 펼쳐졌다. 층층이 놓인 바위와 오래된 나무들이 어우러져 시간이 켜켜이 쌓인 정원의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짙은 초록빛 나뭇잎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스며들었다.
시선을 조금 더 멀리 두니 인천항과 바다가 은은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탁 트인 풍경 덕분에 마치 높은 언덕 위 별장에 앉아 세상을 내려다보는 기분이었다. 창가에 한참을 서서 아무 말 없이 바깥 풍경만 바라보고 있어도 마음이 절로 편안해졌다.
그러다 문득 고향에서 시장이 되고 싶어 하던 친구 남편이 떠올랐다. 이런 관사도 그 이유 중 하나였겠지 싶어 웃음이 났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며 언니들과 '시장 부인' 콘셉트로 인증샷도 남겼다. 잠시나마 관사의 주인이 된 듯한 기분에 모두들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관사를 나와 골목길을 걷다 보니 문득 어제 다녀온 서울숲과 성수동이 떠올랐다. 서울숲과 성수동이 세련되고 감각적인 현재의 서울이라면, 동인천은 서울보다 시간이 30년쯤 천천히 흐르는 도시 같았다. 오래된 골목과 근대건축물이 그대로 남아 있어, 1980~90년대 서울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는 낡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그 시간의 흔적이 좋았다. 오래된 도시만이 품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었고, 화려함 대신 여유와 정겨움이 느껴졌다. 그래서 동인천은 '시간여행'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도시였다.
이어서 일제강점기 은행 건물을 활용한 근대건축전시관과 역사박물관을 둘러보고, 옛 공화춘 건물에 있는 짜장면박물관도 구경했다.

근대건축전시관에서는 개항 이후 인천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오래된 은행 건물을 그대로 활용해 건물 자체를 구경하는 재미도 컸다.





만다복에서 먹은 하얀 짜장
점심은 근처 유명한 만다복. 탕수육과 함께 만다복의 시그니처 메뉴인 짜장면의 원형이라는 하얀 짜장을 주문했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평생 까만 짜장면에 길들여진 우리 입맛에는 살짝 낯선 맛이었달까. 한입 먹고 모두가 잠시 말이 없었다. "음..." 그러다 누군가 한마디. "짜장면은 역시 까매야 해!" 모두 빵 터졌다. 서로 마주 보고 웃었지만, 뒤이어 나온 탕수육이 반전을 선사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맛에 모두 '이 집 탕수육 맛집이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다복 점심시간은 웨이팅이 조금 있었다.





배를 든든히 채운 뒤에는 신포시장으로 이동했다. 갓 구운 김도 사고, 닭강정 냄새도 맡으며 시장 구경을 실컷 즐겼다.

신포시장과 지하상가까지
그리고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동인천 지하상가. 역시 여행의 피날레는 쇼핑인가 보다. 언니들과 마음에 드는 옷을 하나씩 득템하고, 양손은 무겁게 마음은 가볍게 전철에 올랐다.
거창한 해외여행이 아니어도, 값비싼 맛집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걷고, 구경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웃을 수 있는 하루.
이런 소박한 행복이 참 감사하다. 은퇴 후의 삶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재미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남들이 일하는 평일 낮 시간에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것.
오늘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나, 은퇴 정말 잘했다.' 😄💕 오늘도 또 하나의 추억이 생겼다.
언젠가 다시 동인천을 찾게 된다면, 오래된 골목과 활기찬 시장 풍경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오늘도, 여여하게 행복한 하루였다.
📍 동인천 여행 정보
- ✔ 제물포구락부 : 무료
- ✔ 근대건축전시관 : 500원
- ✔ 짜장면박물관 : 1,000원
- ✔ 인천시민애집 : 무료
- ✔ 자유공원 : 무료
💡 대부분의 코스가 무료이거나 저렴한 입장료로 둘러볼 수 있어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당일치기 여행 코스입니다. 특히 근대건축전시관과 짜장면박물관은 입장료가 저렴하면서도 볼거리가 많아 함께 둘러보기를 추천합니다.
📍 동인천 당일치기 뚜벅이 코스
- 코스: 동인천역(2번 출구) ➔ 자유공원 & 제물포구락부 ➔ 인천시민애집(옛 시장 관사) ➔ 근대건축전시관 & 짜장면박물관 ➔ 점심(만다복) ➔ 신포국제시장 ➔ 동인천 지하상가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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