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진천 가볼만한 곳 | 농다리·미르309·보탑사·배티성지 당일치기 코스 후기

여여한 일상 2026. 6. 11. 20:51

 

며칠 전 당근방 분들과 함께 진천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차 두 대에 나누어 타고 모두 여덟 명이 길을 나섰다. 그중에는 처음 얼굴을 마주한 분들도 있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여행은 늘 작은 설렘과 약간의 긴장을 품고 시작된다.

 

이번 코스는 보탑사 → 배티성지 → 석갈비 점심 → 농다리 → 미르309 출렁다리 → 하늘다리 순으로 둘러보았다. 차량 이동 기준으로 크게 무리 없는 동선이어서 진천 당일치기 코스로 괜찮았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지형 정원까지 둘러볼 계획이었지만 아쉽게도 도로 공사로 진입이 어려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진천에 오기 전부터 농다리와 미르309는 유튜브와 블로그에서 여러 번 보았던 곳이었다.

  진천에서는 이 일대를 '생거진천'의 대표 관광지로 적극 홍보하고 있었다. 시설도 깔끔하게 잘 조성되어 있었고 방문객도 적지 않았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기대했던 것만큼 압도적인 감동은 아니었다.  농다리는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다만 천 년 가까운 세월 동안 돌다리 형태가 유지되어 왔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미르309 출렁다리는 농다리와 연결된 산책 코스에 위치해 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초평호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길이가 길고 높이도 있어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가 많았다. 하늘다리는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약간 긴장될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흔들림이 심하지는 않았다.

하늘다리

점심으로 인당 만삼천원짜리 석갈비 정식을 먹으며 나눈 대화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농다리는 한창 사람들 몰릴 때가 있었지, 지금은 거의 끝물"이라는 누군가의 말에, 솔직히 나 역시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물론 충분히 좋은 곳이었지만, '생거진천 대표 관광지'라는 이름에 비하면 의외로 담담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문득 '과연 그렇게까지 유명한 곳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직접 와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꼭 기대 이상이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만약 이번에도 미루고 오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유튜브 영상을 볼 때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곳이길래?" 하며 평생 궁금해했을 것이다. 직접 걸어보고,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궁금증은 말끔히 해소되었다.

그래서 이번 진천 여행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적어도 이제는 누군가 농다리 이야기를 하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응, 나도 가봤어."

그날 여러 장소를 둘러보았지만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곳은 보탑사였다. 보탑사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목탑 형태의 사찰로 알려져 있다. 화려하기보다는 단정하고 평온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계절마다 꽃과 나무가 잘 가꾸어져 있어 산책하듯 둘러보기 좋았다.

정갈하게 가꾸어진 정원과 꽃길을 천천히 걷다가 문득 오래된 친구 한 사람이 떠올랐다. 스물네 살, 어느 학교에서 처음 만났던 친구다.

그때의 나는 임용고시에 합격했지만 아직 정식 발령을 받지 못한 채 기간제 교사 생활을 하며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늘 함께하던 시절이었다. 반면 그 친구는 달랐다. 같은 나이였지만 이미 정교사였고, 여러모로 부러움의 대상이던 친구였다.

 

그 후 나는 정식 발령을 받고 각자의 삶에 바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그렇게 수십 년이 흘렀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가 명예퇴직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그 친구가 우리 학교에 시간강사로 오게 되었다.

우리는 마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듯 다시 가까워졌다.

 

어느 날 친구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명상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잘못된 사람을 믿게 되었다고 했다. 그 일로 인해 친구는 오랜 세월 방황했고 많은 것을 잃었다고 했다.

 

친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나는 종교를 믿지 않아. 결국 다 사이비 같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친구가 겪은 시간을 내가 알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믿음이 삶을 붙드는 힘이 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깊은 상처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새삼 생각했다.

 

 

돌아보면 하나님은 내게 참 많은 것을 주셨다. 교사라는 직업도 주셨었고, 가족도 주셨고, 좋은 사람들도 만나게 하셨다. 물론 살아오며 힘든 일도 있었고, 사랑하는 존재들을 떠나보내며 눈물 흘린 날도 있었다. 그래도 받은 것을 하나하나 세어보면, 감사가 더 많았다.

 

내가 나의 신앙 안에서 감사를 발견하듯, 이곳에 머무는 이들 역시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채워가고 있을 터였다. 보탑사의 꽃길을 걸으며 문득 이 공간을 가꾸었을 비구니 스님들을 떠올렸다.

 

이 아름다운 정원도 그분들의 손길로 가꾸어졌을 것이다. 계절마다 꽃을 심고, 잡초를 뽑고, 나무를 다듬으며 정성을 들였을 것이다. 저 스님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가족도, 재산도, 세속의 욕심도 내려놓고 수행과 참선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나는 평생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찾으며 살아간다는 것을.

그날 나는 보탑사와 배티성지를 차례로 둘러보며 서로 다른 믿음의 공간이 품고 있는 평온함을 느꼈다.

하지만 배티성지에서는 또 다른 감정도 밀려왔다.

우리는 지금 평온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이 길을 걷고 있지만, 이곳은 한때 피와 고통, 박해와 죽음이 스며 있던 장소였다. 천주교 신자들이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숨어 지내고, 붙잡히고, 목숨까지 내놓아야 했던 성지다.

 

문득 가슴이 먹먹해졌다.

어떻게 스무 살 남짓한 젊은 나이에 죽음 앞에서도 믿음을 버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무엇이 그토록 뜨거운 신앙을 가능하게 했을까?

 

나는 그들의 믿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치열했던 삶과 선택 앞에서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천국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믿음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놓은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믿음을 지키다 생을 마감한 사람들. 그들의 눈물과 고통,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배티성지를 걸으며 나는 종교를 떠나 인간이 품을 수 있는 가장 깊은 믿음과 용기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성지 한편에는 당시 순교자들을 처형하던 형틀이 전시되어 있었다. 뒤에서 목을 졸라 교살형에 처하던 형틀이라고 했다. 설명을 읽는 순간 더욱 먹먹해졌다.

 

그리고 여행의 끝에서 다시 생각했다. 인생은 참 알 수 없는 여정이다. 스물네 살의 어느 날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친구가 수십 년 후 내 앞에서 전혀 다른 인생 이야기를 들려줄 줄 누가 알았을까.

진천의 초여름 바람을 맞으며 오래된 친구를 떠올렸다. 그리고 함께 여행할 수 있는 건강이 있고, 좋은 사람들과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있고, 아직도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는 오늘이 있으니 — 조용히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오늘도 참 여여(如如)한 하루였다.

 

📌 진천 당일치기 여행 정보

✔️ 농다리 입장료 : 무료이나, 주차비는 4,000원, 농다리 주차장 넓음

✔️ 미르309 출렁다리 입장료 : 무료

✔️ 하늘다리 입장료 : 무료

✔️ 보탑사 입장료 : 무료

✔️ 배티성지 입장료 : 무료

✔️ 진천 석갈비 정식 : 1인 13,000원

✔️ 한반도지형 정원 : 도로 공사로 방문 실패

✔️ 농다리~미르309~하늘다리는 함께 둘러보기 좋음.(1시간 ~ 1시간 30분 소요)

✔️ 보탑사와 배티성지는 비교적 한적한 편이라 조용히 둘러보기 좋음.

 

💡 농다리와 미르309, 하늘다리는 진천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대표 관광지다. 기대보다 담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 번쯤 직접 걸어보며 확인해 볼 만한 곳이다. 무엇보다 "궁금했던 곳에 직접 가봤다"는 만족감은 분명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