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큰맘 먹고 혼자 원주에 다녀왔다.
말 그대로 혼행이었다.

사실 완전한 독자 노선은 아니었다.
남편이 여주에서 골프 약속이 있다길래 골프 과부로 지내느니 태워다 주고,
나는 그 몇 시간을 혼자 여행으로 채워 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중년의 혼행.
그런데 출렁다리보다 더 흔들린 건
의외로 내 마음이었다.
원래 계획은
소금산 그랜드밸리 갔다가
뮤지엄 산 까지 가는 코스였다.
그런데 막상 가 보니 소금산 하나만으로도 시간이 꽉 찼다.
괜히 이름 뒤에 ‘그랜드밸리’가 붙은 게 아니었다.
케이블카부터 사람 구경이 더 재밌었다 😅
시작은 케이블카였다.


안내문에는 7~10분 정도 탄다고 적혀 있었는데,
체감은 훨씬 짧았다.
아마 바닥 때문이었을 것이다.
투명 유리 아래로 풍경이 그대로 내려다보이는데
신기해서 자꾸 밑을 보게 된다.

그런데 웃긴 건
무서워한 건 내가 아니라 남편이랑 같이 온 아주머니들이었다는 거다.
“어머머머!”
“난 못 보겠어!”
“자기야 나 무서워!” 하며 난리인데,
옆에서 남편들이
“괜찮아~ 안 떨어져~”
달래 주고 손잡아 주고.
아니…
눈꼴시려 죽는 줄. 🤣
혼자 온 나는 괜히 투명 바닥만 묵묵히 내려다봤다.

출렁다리, 잔도, 하늘정원… 혼자 걷는 길의 묘미
케이블카에서 내려
출렁다리를 건너고,

하늘정원도 가고,
절벽 따라 이어진 잔도도 천천히 걸었다.




혼자 걷는 산길은 참 묘하다.
누구 속도 맞출 필요도 없고,
쉬고 싶으면 쉬고,
좋은 풍경이 나오면 오래 머물 수도 있다.
그래서 다들 혼행, 혼행 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혼행 최대의 단점 : 얼큰이 셀카 😭🤣
풍경은 정말 멋진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사진.
혼자 셀카를 찍는데
배경은 다 날아가고 얼굴만 화면 가득 나온다.
소금산은 어디 가고
내 얼굴만 꽉 차 있다.

그 순간 문득 남편 생각이 났다.
“아… 그냥 남편 데리고 올 걸.”
젊을 때는 몰랐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남편이 참 싫었다.
나보다 남 챙기고,
시댁 먼저 챙기고,
사람 좋아하고,
천하호인 스타일.
평균 귀가 시간이 새벽 3~ 4시인 남자.
골프광, 주식광, 친구광… 그야말로 ‘광(狂)인’이었던 남자.
속으로는
‘은퇴하면 이혼해야지.’
그 생각도 꽤 오래 했었다.
그런데 어느새 진짜 은퇴를 했고,
오늘 소금산 꼭대기에서 얼큰이 셀카를 찍다가 문득 깨달았다.

혼자 여행은 참 자유로운데, 이상하게 사진 앞에서는 사람이 그리워진다. ㅋㅋ

“그래도 사진 찍어 줄 사람 하나 있는 게 낫구나…”
누가 그러더라.
등 긁어 줄 사람이 필요해서 재혼하고 싶다고.
오늘 나는
전신사진 찍어 줄 사람이 필요해서
그 말이 이해됐다. 😂
생각해 보면 나도 쉽지 않은 여자
가만 생각해 보면
나 역시 참 붙임성이 없다.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사진 한 장만 찍어 주세요.”
그 말 한마디 하면 되는데 그걸 못한다.
굳이 팔 뻗어 찍고,
또 삼각대 세우고 셀카 찍고 있다.



그러니 남편도
나 같은 여자랑 사느라 쉽지 않았겠다 싶다.
흔히 말하는 경상도 여자 특징 있지 않은가.
- 반찬 짜게 함.
- 애교 없음.
- 표현 서툼.
어머.
쓰고 보니 완전히 내 이야기다. 🤣
소금산 가실 분들을 위한 현실 팁 😊
✔ 케이블카 포함 입장권
케이블카 포함 입장권은 18,000원. 할인 종류도 꽤 재미있다.
- 원주 시민 할인
- 이름에 ‘주’가 들어가는 도시 할인( 공주, 경주, 영주 등)
- 나는 경주 출신이라 괜히 반가웠다.
- 😄(참고로 부천 시민 할인은 없습니다. 괜히 기대했다가 살짝 서운했던 1인 추가요. 😂)
✔ 물은 꼭 미리 챙겨 가세요 💦
이건 정말 중요하다.
케이블카 타고 위에 올라가면
물이나 음료수를 사 먹을 가게가 하나도 없다.
진짜 하나도 없다.
매점도 없고
편의점도 없고
자판기도 안 보인다.
걷다 보면 은근히 덥고 목마른데
막상 살 데가 없어서 당황하게 된다.
그러니 생수 한 병 정도는 꼭 들고 올라가시길 추천한다.
오늘의 한 줄 요약.
“위에는 물도 없고, 같이 사진 찍어 줄 사람도 없고… 나름 허전했다.” 🤣
오늘의 결론
오늘 12,000보를 걸었다.
출렁다리도 건넜고,
잔도길도 걸었고,
울렁다리도 건넜고,
내려올때는 에스컬레이터까지 야무지게 타고 내려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혼 안 할 이유 하나를 찾고 돌아왔다. 😊
하나님이 왜 사람을 혼자 살게 하지 않고
서로 기대며 살게 하셨는지,
오늘 소금산의 바람을 맞으며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혼자여서 자유롭고 좋았지만,
다음엔 옆에서 구시렁거리는 그 인간과 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하루. (구시렁 소리가 벌써 들리는 듯하다 😅)
오늘의 혼행,
이만하면 꽤 성공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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