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 오는 도당동,
백만 송이 장미가 젖은 어깨를 반짝이며 서 있다.

붉은 장미는 제 안의 가장 뜨거운 피를 자랑하고
분홍 장미는 사랑의 본령은 다정한 미소라 속삭이며
노란 장미는 사라진 햇살 대신 스스로 환해진다.



향기도, 빛깔도 저마다 다르건만
모두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는 듯 피어 있다.

누구도 채점관을 기다리지 않는 무대.
장미들은 비가 와도 끝내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머지않아 낙화의 시간이 온다 한들, 어떠랴.
피어 있는 오늘만큼은
세상의 중심인 양 서 있는 데,
장미의 숲을 걸으며 나는 배운다.
시들 날을 미리 슬퍼하지 않는 법을.
꽃 중의 꽃은 눈부신 안색이 아니라,
피어 있는 순간만큼은
결코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저 단단하고도 당당한 마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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