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영종도 비 오는 날 드라이브 | 무의도 데크길·메이드림 카페 후기

여여한 일상 2026. 5. 8. 04:00

주말의 영종도가 관광지라면  평일의 영종도는 쉼표에 가깝다.

사람에 밀려 다니는 대신 바람 소리 듣고, 바다 한번 바라보다가  천천히 커피 마시게 되는 곳.

오늘은 고목정쌈밥에서 쌈밥 먹고  무의도 데크길을 걸었다.

원래 계획은 소무의도 트래킹하고 예단포길까지 걷는 거였다.

 

그런데 데크길 걷다가 갑자기 비가 왔고, 함께 간 언니 한 분이  “난 걷는 거 진짜 싫어해~” 하시는 바람에 조금 걷다가 바로 돌아섰다. (ㅋㅋ) 

 


늘 나보다 잘 걷는 
‘마사이족 같은 사람들’만 보고 살다가 이렇게 걷기 싫어하는 사람을 만난 것도 꽤 신선했다.

 

그 언니는 또 얼마나 건강해 보이던지. 딱 봐도 쇠도 씹어 먹을 것 같은 에너지 넘치는 스타일인데,  의외로 야채도 싫고, 생선도 싫고, 운동도 싫다고 했다. 그런데 제일 좋아하는 건 소시지란다.  완전 반전. ㅋㅋ

 

그래서 예정에 없던 메이드림 카페에 가서 오래 앉아 있었다.

영종도에 가면 늘 바다가 보이는 카페를 찾았는데, 모처럼 바다 없는 카페였다.

120년된 고딕풍 교회를 리모델링했다는 그곳은 높은 천장과 독특한 분위기가 꽤 인상적이었다.

 

 

한국은 참 신기한 나라다.

초등학교가 카페가 되고, 교회가 또 다른 쉼의 공간으로 바뀐다.

 

이렇게 크고 개성 있는 카페 문화도  아마 한국만의 풍경 아닐까 싶다. 그런데 한편으론 조금 묘한 마음도 들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진 학교,

기도와 위로가 줄어든 교회가

쉼과 소비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는 건

우리 사회의 미래와 영혼의 자리가

조금씩 비어가고 있다는 뜻은 아닐까 싶었다.

 

카페 문화가 발달한 건 분명 즐거운 일이지만, 그 전에 사라진 것들에 대해서도 가끔은 생각하게 된다.

늘 직장에서만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비슷한 결의 사람들 속에 오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당근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들 하나같이 개성 있고 특이하다. 나와 너무 다른 사람들 투성이다.

 

며칠 뒤 인천대공원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순두부나 보리밥은 싫단다. 

돈까스나 라면 먹자고 해서  “오케이바리~” 했다. 예전 같으면  “왜 저걸 안 좋아하지?” 했을 텐데 요즘은 그냥 그런 취향들이 재미있다. 오늘도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걸 새삼 느끼고 왔다.

 

조금 느려도 좋고, 가끔은 쉬어 가도 된다.

 

어쩌면 인생은 자연에서 왔다가 다시 돌아가기까지의 긴 산책 같은 시간일지도,

 

 

굳이 제주도까지 가지 않아도 집 가까이에 영종도가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행복이다.

마음 답답한 날 바다 한번 보고 올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거. 그게 살아가는 재미 같기도 하다. 

 

은퇴를 하면  목적 없는 삶을 살게 될까 봐 조금 두려웠다. 늘 시간표에 맞춰 살았고  누군가를 위해 움직이며 살아왔으니까.

그런데 요즘은 조금 알 것도 같다.  꼭 대단한 목적이 없어도 하루를 잘 흘려보내는 삶도 괜찮다는 걸.

 

바다 보고, 걷고, 커피 마시고  좋은 풍경 앞에서 잠시 멍하니 있는 시간. 그리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 웃고 이야기 듣고 돌아오는 시간.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이 요즘인지도 모르겠다.

 

인생 한가운데서 늦은 쉼표 하나를 천천히 지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