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쳐 있는 봄.(인천대공원 2026. 04.29.)
4월 29일, 오늘
인천대공원을 걸었다.

봄은 이미 지나간 줄 알았는데
아직 다 떠나지 못한 채
여기, 남아 있었다.
벚꽃은 다녀갔고
튤립은
진 것과 남은 것이 섞여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라지는 색과
끝내 머무는 색이
서로를 밀어내지 못한 채
겹쳐 있었다.
그 사이를
바람이 천천히 지나가고
보리는 바람을 따라 몸을 낮추었다가
아무 일도 없던 듯 다시 일어났다.

초록은 그렇게
한 번씩 흔들리며
제 자리에 있었다.

오늘의 바람은
가볍지 않았다.
놓아 보낸 것들과
아직 곁에 남아 있는 것들이
함께 머무는 온도였다.
철쭉은
아무 말 없이 피어나
비어 있던 시간을
붉게 채우고 있었고


장미는 아직
자기 이름을 부르지 않은 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의 봄은
화려하지 않았다.

대신
겹쳐 있었고
머물러 있었고
아주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사라지는 것과
남아 있는 것과
이제 막 시작되는 것 사이에서
나는
그 어디쯤을
오래 걷고 있었다.

4월 29일의 봄은
말이 없었고
그래서 더 오래
곁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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