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자연스럽게 보내드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은 내겐 전혀 자연스럽지 않았다.-

오늘도 엄마에게 다녀왔다.
입원해 있는 엄마의 의사 회진 시간에 맞추어
큰 오빠와 나는 아침부터 병원으로 향했다.
직접 설명을 듣고 싶어서였다.
타인의 말로 전해 듣는 것과,
의사의 입을 통해 듣는 말은
결국 다르게 남기 때문이다.
처음 119가 엄마를 데려갔던 병원은
심장전문병원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CT를 확인한 의사가
심장 이상이 의심된다며
전문병원으로의 전원을 권했다.
우리는 그 판단을 믿고
다시 민간 이송업체(129)를 불러
엄마를 옮겼다.
조금이라도 더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평범하고도 절박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도착한 응급실에서
우리는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들었다.
“이런 상태의 환자를 왜 전원시키셨나요.
스텐트 시술도 어렵고,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그 말은 사실에 가까웠지만,
어딘가 책임을 되묻는 듯한 어조로 들렸다.
그리고 오늘,
회진 시간에 만난 의사의 설명은
더 명확하고 단정적이었다.
엄마는 고령이고, 치매가 심해서
검사에 대한 협조가 어렵다.
설령 약물 치료를 하더라도
위장출혈이나 뇌출혈의 위험이 크다.
따라서 지금의 상태는
급박한 위기는 넘긴 상황이니
퇴원 후 약물 치료 없이
자연스럽게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이었다.
어차피 기대여명이
육개월이 될지, 일년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굳이 약을 사용하는 것이
환자에게 더 이롭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빠르게 정리된 결론처럼 느껴졌다.
나는 잠시 말을 잃었고,
큰 오빠가 대신 입을 열었다.
“선생님께는 익숙한 상황일지 모르지만,
저희에게는 단 한 분뿐인 어머니입니다.”
그 문장은 감정의 호소라기보다
관점의 차이를 분명히 하는 말에 가까웠다.
결국 우리는
심장초음파를 진행하기로 했다.
검사실로 가기 전,
간호사들은 몇 차례 이미 시도를 했지만
엄마가 강하게 거부하고 난동을 부려
검사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뒤라
더 조심스러워졌다.
큰 오빠가 엄마의 손을 잡고
함께 검사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엄마는 그 순간만큼은
놀라울 만큼 차분하게 누워
초음파 검사를 무사히 마쳤다.
그 모습은
의학적 판단과는 다른 층위에서
여러 생각을 남겼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은
설명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달래고, 기다리고, 손을 잡아주는
아주 구체적인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가족, 그중에서도 자식뿐이다.
병원을 나서며
한 친구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머니를 서울대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에 입원시켰을 때,
의사는 그 친구에게
“환자를 힘들게 하지 말고 보내드리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때는
어떤 선택의 기준처럼 들렸던 말이,
오늘은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보내드리는 것이 맞습니다.”
의사의 말은
의학적으로는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문장은
삶을 설명하는 문장이라기보다
삶을 정리하는 문장처럼 들렸다.
죽음을 자주 마주하는 사람과,
단 한 번 그것을 겪는 사람 사이에는
끝내 건너지지 않는 간격이 있다.
그 간격 앞에서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무엇이
엄마를 위한 선택인지.
그리고 그보다 먼저,
나는 아직
엄마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오늘의 엄마는
내가 곁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안정된 모습이었다.
그리고 큰 오빠는
십오 년 전 아버지 때보다
훨씬 더 자주, 더 깊이
엄마를 걱정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때의 시간을
뒤늦게 채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족이라는 관계는
시간이 지나도 끝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계속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설명으로는 이해하면서도,
마음으로는 끝내 받아들이지 못한 채
오늘도 엄마 곁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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