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머물다 간 자리에서.(인천대공원. 2026. 04.13.)
오늘, 인천대공원을 한 바퀴
천천히 걸었다.
환하게 피어 있던 것들은
이미 고개를 넘겼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조용히
자리를 비웠다.
가야 할 때를 아는 일이
아름답다고들 하지만
나는 그 앞에서
자꾸 발이 머문다.
허공을 떠돌다 내려앉는 꽃잎들
잠시 머물다 가는 것들이
어째서 이리 오래 남는지
끝내 붙잡히지 않겠다는 듯
가볍게 놓인다.
길 위에는
겹겹이 쌓인 시간이 있고
그 위를 지날 때마다
아주 미세하게
무언가 스친다.
나는 그 기척에
걸음을 늦춘다.
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데
사라지는 쪽만
또렷해진다.
조금만 더,
아주 잠깐만 더
이대로 머물러 주면 안 될까.
말 하나로 묶기엔
자꾸 흘러나오는 마음
끝내 내려놓지 못한 채
나는 멈추어
비어버린 자리를 바라본다.
다시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오늘의 빛과 바람,
이 머묾은
결코 다시 같지 않을 것이다.
벚꽃이 저무는 길 위에서
나는 한참을 서 있다가
아쉬움을 남긴 채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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