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님께서 회사 홈페이지 여행 후기를 한 번 남겨 달라고 하셔서(사실 너무 친절하셔서 저도 감사한 마음에 처음으로 여행기를 써봤어요 😊) 그 글을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내용 중 가이드님 이야기가 조금 많은 점,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고 편하게 읽어 주세요. ^^
"다른 별을 다녀 온 9일, 튀르키예"
갑자기 튀르키예 여행이 가고 싶어졌습니다. 이유는 없었지만, 이상하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인솔자가 동행하는 상품을 선택하고 싶었지만, 원하는 날짜에는 이스탄불 공항에서 가이드와 조인하는 일정만 남아 있어 그 상품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인솔자가 없는 패키지 여행이라는 점이 가장 큰 걱정이었습니다. 혹시라도 공항에서 길을 헤매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여행이 시작되자, 그런 걱정은 말 그대로 기우였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되었습니다.
가이드님께서는 첫 만남부터 밝은 미소와 친절한 안내로 저희를 맞이해 주셨고, 여행 내내 세심한 배려로 일정 하나하나를 편안하게 이끌어 주셨습니다. 덕분에 저희는 단 한 번의 불안함도 없이, 안전하고 여유로운 여행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가이드님의 풍부한 지식과 유머가 어우러진 설명 덕분에, 튀르키예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즐거움까지 더해지며 여행의 깊이가 한층 더해졌습니다.


며칠 한식 못 먹을 껄 대비하여 기내식 신라면까지 드링킹~

전채요리부터 스테이크 정식, 아이스크림과 과일 후식까지, 잔치국수, 라면 같은 간식에서 와인, 샴페인, 칵테일 무료로 계속 권하니 거의 사육수준.

1일차- 인천 → 이스탄불 → 이즈미트
이스탄불 공항을 빠져나와 깨끗하게 관리된 럭셔리 대형 리무진 버스에 오르는 순간,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또렷해졌습니다. 널찍한 좌석에 몸을 맡기자마자 가이드님께서는 마이크를 들고 따뜻한 환영 인사를 건네주셨습니다. 본인 소개를 시작으로 현지 가이드와 기사님까지 한 분 한 분 정성스럽게 소개해 주시는 모습에서, 이번 여행의 첫인상이 이미 결정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어지는 일정 안내와 주의사항 설명 또한 차분하고 세심하게 이루어져, 길게 느껴질 수 있었던 이동 시간마저 편안한 시작의 시간으로 다가왔습니다.
호텔이 위치한 이즈미트까지 이어지는 여정 동안,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낯선 풍경 위로 튀르키예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현지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차분히 이어졌습니다.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이 나라를 조금씩 이해해 가는 과정처럼 느껴져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때 이미, 이 여행은 잘 왔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전 일정 동안 튀르키예 기준 5성급 호텔에서 숙박하는 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첫날 머문 호텔은 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청결하게 관리되어 있었고, 분위기 또한 고급스러워 출발 전 가졌던 작은 걱정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여행의 첫날 밤은 그렇게, 안도감과 설렘이 함께하는 시간으로 채워졌습니다.


2일차 – 이즈미트 → 앙카라 → 으흘라라 → 카파도키아
투숙했던 호텔에서 아침 조식 뷔페를 마친 후, 약 5시간 정도 걸리는 터키의 수도 앙카라로 이동했습니다. 이동 중, 가이드님은 다음 목적지인 한국공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튀르키예는 미국, 영국에 이어 6.25 전쟁에 여단급 병력을 연합군으로 파병하여 대한민국을 도왔습니다. 그때부터 터키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피를 나눈 혈맹, 형제의 나라”라고 여긴다고 합니다.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여행 내내 마주치는 터키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이 우연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호의가, 우리가 그들이 부르는 형제의 나라 국민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국공원에 도착해, 한국전에 참전해 전사한 터키 병사들을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남의 나라를 위해 소중한 목숨을 바친 그분들의 고귀한 희생 덕분에, 지금 이 순간 제가 자유롭게 터키 땅을 여행할 수 있다는 사실에 숙연해졌습니다.
그 후, 버스로 약 3시간 이동해 스타워즈 촬영지로도 유명한 비잔틴 수도사들의 휴양지 ‘으흘라라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정말 이국적인 기암괴석 계곡으로, 지금도 동굴 속에서 수행 중인 터키 수도사들을 바로 맞닥뜨릴 듯한 신비로운 장소였습니다. 약 20km에 달하는 웅장한 계곡 옆에는 60여 개의 동굴 교회와 수도원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가이드님의 설명에 따르면 모두 비잔티움 시대 은둔 수도사들이 손으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으흘라라 절벽 사이로 흐르는 맑은 강과 울창한 숲 사이의 오솔길을 따라 잠시 걷는 여정은, 마치 깊은 산속에서 나 혼자 트래킹을 하는 듯한 상쾌하고 고요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2일차 (카파도키아로 이동)
카파도키아로 향하는 약 1시간의 이동 시간 동안, 가이드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터키어학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부터, 현재 튀르키예에서 생활하며 한국인으로 느끼는 애환, 그리고 한국과 비교했을 때의 생활 장단점까지 솔직하게 들려주셨습니다. 덕분에 단순한 관광을 넘어, 튀르키예의 ‘지금’을 더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이드님이 진솔하게 본인 이야기를 나눠주시니, 자연스럽게 서로 나이를 뮬어보게 되었고, 가이드님이 저보다 어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가이드님은 망설임 없이 호칭을 ‘사모님’에서 ‘누님’으로 바꿔 부르셨습니다.
그 순간의 자연스러움과 센스 있는 순발력, 그리고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사교성에 절로 감탄이 나왔습니다.
3일차- 카파토키아, 지구가 아닌 다른 별
카파도키아라는 땅은, 가이드님의 표현처럼 지구가 아닌 다른 별—마치 화성에 온 듯한 신비로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고,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장면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여행은 결국, 이런 장면 하나 만나려고 떠나는 건지도 모릅니다.
가이드님의 설명에 따르면, 이 놀라운 지형은 화산 폭발로 형성된 응회암이 오랜 시간 바람과 자연의 힘에 의해 깎이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버섯 모양의 기암괴석들이 형성되었고, 그 결과 지금의 카파도키아만의 독특한 풍경이 완성되었다고 하니, 자연의 시간과 힘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날은 솔직히, 그동안 제주도의 자연을 최고라고 생각했던 ‘국뽕’에도 살짝 금이 간 순간이었습니다.
K-팝, 오징어 게임, 반도체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문화와 인적 자원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자랑스럽지만,
자연 경관만큼은 튀르키예가 관광 자원으로서 충분히 축복받은 나라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4일차- 카파도키아 열기구와 지프 투어
이날 아침, 해가 뜨기 전부터 서둘러 카파도키아 열기구 체험에 나섰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이자, 제 개인 버킷리스트 상위에 있던 “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 타기”를 드디어 이루는 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날씨까지 완벽하게 도와주었습니다.
열기구 위에서 맞이한 일출, 그리고 그 아래로 펼쳐진 비현실적인 카파도키아의 지형을 내려다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대자연의 장경(壯景)’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하늘에는 수많은 열기구들이 함께 떠 있었고,
열기구를 타고 또 다른 열기구를 바라보는 풍경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장관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하던 친구가, 열기구가 스위스·일본·독일에서 제작된 장비이고, 조종 역시 전문 항공기 조종사 수준의 안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설명을 듣고는 이내 안심했습니다.
심지어 “타고 온 여객기보다 더 안전해 보인다”는 말까지 할 정도였으니까요.
열기구를 처음 경험한 저희에게, 이 순간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대자연과 인간의 기술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열기구 위에서 바라본 일출은
“내가 살아서 여기까지 와 이런 풍경을 보다니”
라는 깊은 감탄을 자연스럽게 끌어냈습니다.
같은 열기구에 탑승한 일행들 역시 저마다의 상념과 감동에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카파도키아 지프 투어는 말 그대로 스릴과 웃음의 향연이었습니다. 유쾌한 지프 드라이버님이 신기에 가까운 곡예 운전을 보여 주셔서, 저와 친구는 “아악~!”과 “하하하!”를 번갈아 외치며 배를 잡고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순간 옆에 앉으셨던 가이드님도 진지한 얼굴로 “슬로우 플리즈~ 슬로우 플리즈~”를 외치시며, 마치 액션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웃음을 자아내셨습니다. 긴장과 스릴 속에서도 모두의 몸과 마음이 순식간에 풀리는, 여행 중 가장 유쾌한 순간이었습니다.
기암 계곡 사이를 질주하며 느낀 스릴과 웃음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그날 저는 마음속으로 “인생이란 이런 맛이지!”라며, 행복한 비명을 내뱉었을 정도였습니다.
5일차- 올림푸스 산 정상 → 안탈리아
카파도키아 호텔에서 여유로운 뷔페 조식을 즐긴 뒤, 다시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튀르키예 음식 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단연 빵과 치즈였습니다.
갓 구운 따뜻한 바게트에 두부처럼 부드러운 식감의 치즈와 다양한 치즈들을 곁들여 커피와 함께 먹던 그 맛은, 지금도 혀끝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작지만 달콤했던 터키의 과일들도, 무엇보다 비주얼부터 낯설고 독특했던 터키 디저트는 어디서 다시 맛볼 수 있을지 고민이 될 정도였습니다.
빵과 디저트만으로도 다시 튀르키예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인상적인 미식 경험이었습니다.
이날은 올림푸스 산 정상으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산 아래는 포근한 봄날 같은 날씨였지만, 정상에 도착하자 패딩을 뚫고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습니다.
한 나라 안에서 계절이 완전히 바뀌는 듯한 경험,
마치 하루 사이에 우리나라의 사계절을 모두 겪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1월 튀르키예 여행을 통해,
튀르키예가 얼마나 넓고 다양한 지형과 기후를 가진 나라인지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안탈리아 도착
안탈리아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포근하게 감싸는 따뜻한 공기였습니다.
이날 기온은 우리나라 기준으로 5월 중순 정도의 봄 날씨, 여행하기에 더없이 쾌적한 순간이었습니다.
지중해 최대의 휴양지이자 고대 문화유산이 공존하는 도시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도착하자마자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지중해는 역시 지중해였다.”
유람선을 탔는데, 눈앞에 펼쳐진 바다는 말 그대로 눈이 시릴 만큼 파랗고 투명한 색감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남해의 청정 바다도 아름답지만,
그보다 한층 더 깊고 선명한 청량함이 느껴졌습니다.
유람선 갑판 위에서
지중해 과일과 따뜻한 애플티를 즐기며, 바닷바람을 맞고
잔잔하게 흐르는 터키 음악을 듣고 있노라니,
그 순간의 행복감은 쉽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배에서 내려 마주한 안탈리아 구시가지는
마치 고대 로마 시대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풍경이었습니다.
오래된 건물들은 그대로 보존된 채
카페, 레스토랑, 작은 상점들로 활용되고 있었고,
그 모습이 마치 내가 상상해 왔던 ‘이상적인 터키의 모습’이 현실로 펼쳐진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어딘가 나폴리와 로마를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낭만적인 분위기,
그래서인지 이곳은
사랑을 시작한 연인이나 신혼부부에게 특히 잘 어울리는 도시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6일차- 파묵칼레 → 히에라폴리스 → 시린제 포도주 마을
튀르키예 여행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나오는 곳이라 하면 단연 파묵칼레입니다.
파묵칼레에서는 온천 외에도, 선택 관광으로 히에라폴리스 유적지를 카트를 타고 둘러보았습니다.
특히 클레오파트라가 수영했다는 전설의 온천 수영장은, 보기만 해도 묘하게 설레는 공간이었습니다. 고대 로마의 유적 기둥 사이로 물결이 찰랑이는 모습이 어찌나 이국적이던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잠시 용기를 내볼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제 몸매와의 깊은 협의 끝에 이번 생은 ‘관람 모드’로 남기로 결정했습니다. 비키니와 트렁크 팬티 차림으로 당당하게 물속을 누비는 분들을 보니, 부러움과 존경이 동시에 밀려오더군요. 저분들은 이미 여행의 자유를 완성한 분들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결국 저는 발만 담그며 ‘정신적 클레오파트라 체험’으로 만족했지만, 다음 생에는 조금 더 과감한 여행자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어 보았습니다.
원형 경기장 등 다양한 유적지도 카트를 타고 편하게 이동하며 둘러볼 수 있었고, 마지막 목적지인 파묵칼레 석회봉으로 내려가자, 수많은 온천수가 흐르는 풍경이 마치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온 듯한 이색적인 장관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곳의 특이함을 더해, 천사 날개 모양의 의상을 대여해 입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그 장면조차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이날 저는 파묵칼레의 석회봉에서 족욕을 하며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발끝을 감싸며 흐르는 따뜻한 온천수는 마치 지난 시간의 무거운 짐을 조용히 씻어내는 듯했고, 흘러가는 물줄기를 바라보는 동안 마음속의 잡념들도 함께 흘러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문득, 인간의 삶 또한 자연의 흐름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쌓아 올린 걱정과 집착은 결국 시간 속에서 흘러가고, 마지막에 남는 것은 고요함과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마음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비록 짧은 족욕의 시간이었지만, 그 순간 저는 터키의 풍경 속에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간다는 감각’, 곧 존재의 현재성을 온전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포도주 마을 시린제에 도착했습니다. 가이드님은 이 마을이 스머프의 모티브가 된 곳이라고 설명해 주셨는데, 그 덕분인지 마을 풍경이 참 조그맣고 평화로워, 스머프들이 숨어 살 것 같은 고즈넉한 유럽 마을 같았습니다.
이곳에서는 자두, 오디, 복숭아, 석류 등 다양한 와인 시음의 기회가 있었지만, 짐이 무거울 것 같아 석류 와인을 사오지 못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생각해 보니, 다른 짐을 조정해서라도 한 병은 꼭 사올 걸 하는 후회가 들 정도로 석류 와인의 맛이 훌륭했습니다.
가이드님이 “시린제”라는 이름이 터키어로 ‘예쁘다’는 뜻이라고 알려 주신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큼, 눈앞에 펼쳐진 풍경과 마을 비주얼이 아름다웠습니다.
정말 이곳을 필수 코스로 넣은 튀르키예 여행상품을 강력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7일차- 에베소스
버스로 약 30분 거리를 이동해 에베소스(Ephesus)에 도착했습니다.
가이드님 설명에 따르면, 에베소스는 로마 시대 20만 명이 넘게 살던 최대 항구 도시였다고 합니다. 현재는 지진으로 대부분의 건물이 무너져, 원형극장인 오데온만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고, 나머지 유적지는 주로 기둥들만 남아 있어 오히려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냈습니다.
가이드님은 조각과 유적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해 주셨습니다. 의사 상징 조각, 부와 행운의 신 헤르메스, 승리의 여신 니케, 뫼비우스 기념비 등 대학 교수급 지식으로 풀어 주셨지만,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기억나는 건 일부뿐입니다. 그럼에도 니케 여신상을 보고 나이키 상표를 착안했다는 이야기나, 양팔을 벌린 메두사 조각 같은 인상적인 장면은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에베소스의 산뜻한 바람과 햇살, 부드러운 공기 속에서 고대 조각품들 위에서 한가롭게 졸던 터키 고양이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순간, 여행의 여유와 매력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래서 해외여행은 더 나이 들기 전에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체력과 지력이 더 떨어지기 전에, 낯선 문화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에베소 거리 끝에 있는 셀수스 도서관에서는 정면 기둥에 새겨진 네 명의 여인이 지혜, 덕성, 학문, 지식을 상징한다는 설명을 들으며, 수천 년 전 조각의 정교함에 다시 한번 감탄했습니다.
또한 이번 여행을 통해 깨달은 점은, 튀르키예는 성지순례와 힐링, 관광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바이블에 나오는 갈라디아 지방, 사도 바울의 전도, 베드로 교회, 필립 순교지, 일곱 교회 등 초대 교회 유적지가 이미 여행 코스에 포함되어 있어, 일부러 성지순례 코스를 따로 짤 필요도 없었습니다.
가이드님의 설명 중 에덴동산과 노아의 방주의 기원이 튀르키예일 수 있다는 내용이 여행하면서 충분히 이해되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자연과 풍경을 보니, 인류의 낙원이라 불릴 만한 아름다움이 그대로 살아 있는 듯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세계 황당 관광지 3곳으로 가이드님이 말한 코펜하겐 인어공주, 브뤼셀 오줌 누는 소년상, 트로이 작은 목마상 중, 트로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이미 가 본 곳이라 그 말이 이해가 되면서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위 사진은 로마시대 유료 공중 화장실. 화장실이 중국의 개방 화장실처럼 나란히 붙어 있어 변 보는 소리에 민망할 까 하여 공중 변소 앞쪽에선 악사들이 항상 악기를 떠들썩하게 연주했다는 가이드님의 설명입니다.ㅎ.
8일차- 이스탄불 다운타운 탐방
마니사에서 출발해 이스탄불에 도착했습니다.
이스탄불은 정말 관광의 끝판왕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도시였습니다. 이 매력적인 곳을 못 와봤다면, 평생 후회할 뻔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변덕스럽지만 치명적으로 아름답고, 매력적이면서도 끝내 속마음을 알 수 없는 도발적인 팜므파탈 같은 도시였습니다. 정말 안 반할 수가 없었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007 시리즈 등 액션, 미스터리, 로맨틱, 고급 스파이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유도, 이스탄불의 독특하고 미스테리한 매력을 직접 와 보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동양과 유럽의 문화가 혼재된 미스테리한 분위기, 치명적인 매력, 그리고 여행 중 느낀 고즈넉함까지… 정말 특별했습니다.
사실 여행하면서, 이스탄불과 안탈리아 두 도시 중 한 곳에만 살 수 있다면 나는 진심으로 튀르키예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안탈리아의 평화롭고 잔잔한 분위기와 대비되는 이스탄불의 강렬한 매력은, 두 도시 모두 여행 내내 내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9일차- 이스탄불 마지막 날
이스탄불에서는 성 소피아 성당, 톱카프 궁전과 하렘, 터키 고고학 박물관, 1453 박물관, 지하 물 궁전 등 이 도시의 주요 관광 코스를 모두 둘러보았는데, 진심으로 대박이라는 말 외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성 소피아 성당 입장 전, 스카프를 버스 밑 가방에 넣어둔 탓에 저는 머리 스카프가 없었는데, 가이드님이 사비를 들여 부직포 스카프를 사 주셨습니다. 일행 중 20대 아가씨는 반바지 착용으로 인해 발목까지 오는 부직포 옷을 또 구매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모두 안전하게 입장할 수 있었죠.
성 소피아 성당은 말 그대로 눈이 호강하는 호화로운 건축물이었습니다.
천오백 년 전, 유스티니아누스 대제가 이 건축물을 완성한 뒤 “솔로몬이여, 내가 그대를 능가하였노라”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그 거대한 돔 아래에 서는 순간 단번에 이해하게 되었습니다.둥근 창을 통해 부드럽게 쏟아지는 빛과 내부를 가득 채운 황금빛 모자이크는 오랜 세월의 흔적 속에서도 여전히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오랜 시간 비잔틴 제국의 대성당이었으며, 이후 오스만 제국 시대에는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성화는 회칠로 덧덮혔고, 벽면에는 아라비아 문자로 쓰인 거대한 원형 패널이 걸리게 되었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정복자들이 이 건축물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너무도 장엄하고 압도적인 공간이었기에 무너뜨리기보다는 자신들의 신앙 안으로 편입시키는 방식을 택했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톨릭 성화는 지워지거나 가려졌고, 대신 이슬람적 장식과 문양이 더해졌다고 합니다. 부수지 않고 바꾸어 품었다는 이야기에서, 이 건축물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천주교 성당에서 이슬람 사원으로, 그리고 다시 박물관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같은 신의 이름이 다르게 이 공간을 스쳐 갔지만, 돔 아래의 공기는 묘하게도 고요하고 장엄하게 느껴졌습니다.
해외여행광인 친구가 “여기에 온 것이 영광”이라고 말한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오래된 건축물을 본 감상이 아니라, 한 도시의 역사와 문명이 겹겹이 쌓인 현장에 서 있다는 감동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톱카프 궁전 역시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곳이었습니다. 궁전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정교하게 이어진 타일과 모자이크 문양이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유럽풍 벽지와 장식 문양이 이미 수백 년 전 이곳의 벽과 천장을 채우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가구와 커튼, 정교한 도자기와 악기, 손으로 짠 카페트, 세밀하게 장식된 건축 내장재까지—모든 것이 단순한 사치품이 아니라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습니다. 화려함 속에서도 균형이 있었고, 장식 하나에도 권력과 취향이 동시에 담겨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살았던 술탄의 일상은 상상조차 어려울 만큼 풍요로웠을 것입니다. 궁전을 직접 마주하고 나니, 당시 오스만 제국 왕실의 위엄과 부가 얼마나 압도적이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술탄의 목욕탕은 “이건 좀 과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호화로워, 잠시 말을 잃을 정도였습니다.
저런 삶을 살았다면, 정말 현생에서 누릴 것은 다 누린 인생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삶이 정말로 후회 없는 삶이었는지는… 제가 술탄이 아니라 알 수 없지만요. 호사를 누리기로는 현세의 재벌인 이재용 회장의 수천배 이상 가는 호화로운 일상이 아니었을까요? 물론 그 찬란한 화려함 뒤에는 제국을 떠받쳤던 수많은 평범한 이들의 고된 삶이 있었을 것입니다. 궁전의 빛나는 타일과 높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국민들의 궁핍했을 현실이 동시에 떠올랐습니다.
톱카프 궁전 바로 앞 보스포러스 해협 유람선에서는 도시 전경이 끝내주게 아름다웠습니다. 유람선 위에서 바라본 이국적 석조 건축물들은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스탄불만 다시 와도 인생 성공한 기분이 들 것 같았고, 안탈리아까지 더하면 다시 튀르키예에 방문할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터키 고고학 박물관에서는 수백 기에 달하는 석관과 다양한 석조 유물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각각의 석관에는 고인의 생전 업적과 삶의 흔적이 담겨 있었는데, 죽음 뒤에 남겨지는 기록이 고인에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 지 잠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기록들이 오늘날 하나의 문화유산으로 남아, 후대에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스탄불 여행 마지막 날, 그랜드 바자르를 찾았습니다.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과 비교하면, 열 배는 더 호화롭고, 열 배는 더 깨끗했습니다. 화려한 건물과 정돈된 상점들, 풍부한 상품들을 보면서, 순간 튀르키예가 우리보다 선진국인 유럽에 속해 있는 국가가 아닐까 하는 착각까지 들었습니다.
바자르 안에서 장미차, 석류차 등 다양한 차를 구입하며, 아라비안 나이트 속 한 장면처럼 이색적인 시장 구경을 실컷 했습니다. 상인들과의 흥정도 재미있었는데, 제대로 흥정하지 못해 바가지를 쓴 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눈요기한 값으로 생각하면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대한민국에 대한 호감은 호감대로, 상술은 상술대로, 능청스러운 튀르키예 상인들의 재치에 웃음이 나오는 그랜드 바자르였습니다. 곧 다시 와서 제대로 흥정하겠다는 다짐까지 하게 되더군요.
이날 밤에는 이스탄불 시가지도 짧게나마 구경했습니다. 지하철, 트램, 꼬마기차까지 골고루 타면서, 우리 명동보다 훨씬 화려하고 전 세계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이국적인 시가지 풍경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몇 백 년 된 로쿰 가게와 케밥집을 지나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시가지 구경의 피날레는 호텔 전망대에서 바라본 이스탄불 야경과 맥주 한 잔이었습니다. 이 순간, 시골과 도시, 자연과 문화, 역사와 현대가 한데 어우러진 튀르키예의 모든 매력을 만끽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행 내내 느꼈던 감동이 다시금 되살아나는, 진정한 여행의 완성이었습니다.






10일차 – 이스탄불 →인천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서
이스탄불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피에롯티 언덕에 올라 일출을 감상했습니다.
도시 위로 천천히 밝아오는 빛을 바라보며, 이번 여행의 마지막 하루가 시작되고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공사 중이던 블루 모스크는 외부에서 둘러보고,
그 옆의 히포드럼 광장과 오벨리스크까지 천천히 걸으며 마지막 이스탄불의 풍경을 눈에 담았습니다.
점심 식사 후, 아쉬운 마음을 안고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공항 검색대 앞까지 동행해 주신 박정원 가이드님은 마지막까지 90도로 인사하며
“잘 가라, 고마웠다”는 말을 건네주셨습니다.
그 인사 한마디에, 이번 여행의 시간이 한순간에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저는
지금까지의 해외 패키지 여행 중 가장 신뢰할 수 있고 진심 어린 가이드를 만났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평범해 보였지만,
여행이 이어질수록 느껴지는 묵직한 배려와 진정성,
그 모습 속에서 ‘진국’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일행을 인솔하며 지칠 법도 했지만,
가이드님은 늘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 그리고 따뜻한 배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이슬람 사원에서 스카프가 없는 일행을 위해 사비로 구매해 주신 일
- 유료 화장실 비용이 없는 일행 대신 비용을 지불해 주신 일
- 버스 이동 중 역사 퀴즈를 통해 커피를 나눠주던 시간
- 작은 게임에도 웃음과 보상을 더해주던 따뜻한 센스
- 올림푸스 산 정상 스타벅스에서 일행 전체에게 커피를 선물해 주신 순간
- 이스탄불에서 카이막 시식을 준비해 주신 배려
- 지하철과 트램 체험까지 세심하게 도와주신 점
- 호텔 전망대에서 맥주와 야경, 그리고 사진까지 챙겨주신 기억
뿐만 아니라,
여행 중 한 청년이 진로에 대해 고민하자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던 모습 역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이번 여행은 단순한 일정이 아닌 사람의 온기가 담긴 시간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다시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여행 총평
이번 튀르키예 9일 여행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관광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흔들리고, 생각이 그 뒤를 따라 움직이던 시간이었습니다.
카파도키아의 새벽,
열기구 위에서 붉은 대지를 내려다보며
“지금 내가 다른 행성 위에 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쳤던 순간,
옆에서 들려오던 가이드님의
“슬로우~ 슬로우 플리즈~”라는 목소리가 묘하게 겹쳐졌습니다.
그 비현실적인 풍경과 현실적인 목소리,
그리고 그 사이에서 느껴지던 안정감 속에서 깨달았습니다.
여행은 비일상으로 떠나는 일이지만,
결국은 현실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살아가는 또 하나의 삶이라는 것을요.
파묵칼레에서는
따뜻한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서 있었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하는 고요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에베소스의 햇살 아래를 걸을 때는
수천 년 전 이 길을 걸었을 사람들의 시간과
지금의 내 시간이 잠시 겹쳐지는 듯한 감각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겹겹이 쌓여 있는 층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일이 아니라,
다른 시간 속을 걸으며 나 자신을 다시 마주하는 과정이라는 것을요.
이제 튀르키예를 떠올리면
카파도키아의 바람, 파묵칼레의 온기, 에베소스의 햇살,
그리고 무엇보다 가이드님의 따뜻한 미소가 함께 떠오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여행은
단순한 장소의 기억이 아니라,
사람의 온기까지 함께 새겨진 시간으로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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